음악과 세계관 5. 음악 이야기

악기를 전문적으로 다시 배우고 터득하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났다고 생각하기에 나는 가끔씩 작곡 프로그램을 돌리며 이것저것 머리 속에 있던 아이디어를 현실화해보곤 한다. 나름의 '놀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전문가가 아니기에 음악은 놀이이다.>


그러다보면 별 것 아니지만 참 재밌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는데, 그건 바로 그 속에서 작자의 세계관이 언뜻 스친다는 것이다. 몇 문단의 글만 읽어봐도 그 사람의 성격이나 버릇이 대충 짐작되는 것처럼. 나는 눈빛만 보면 다 안다, 내지는 글 좀만 읽어보면 다 안다던 선생님들의 말을 그닥 믿지 않았었다. 그런데 대학교에 들어가고, 과외라는 매개를 통해 아이들을 선생님의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 지금,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게 되었다. 정말이다. 바라보면, 읽어보면 꽤 많은 부분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내가 만들어 둔 곡은(아직까지 나는 음악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버리지는 못했기에 조악한 아이디어라도 토막으로나마 만들어 둔다.) 한 대여섯곡 정도 되는데, 가만 보면 거기엔 내 세계관 - 아니, 적어도 나의 지향점이나 내가 듣고 자란 것들 -이 보이는 듯하다. 나중에 업로드 할 기회가 있으려나 모르겠다.

나는 피아노 학원을 통해 음악을 처음 접했지만, 그 이후에는 국악을 통해 한국적 세계관을 접했다. 오랜 시간이라면 오랜 시간이라고 할 수 있을만한 정도의 기간동안 사물놀이를 배웠다. 그래서일까? 내 음악은 그다지 시끌시끌하거나 변화무쌍한 코드가 등장하진 않는다. 개인적으로 5음계에 대한 욕심이 있는 것도 있지만, 어떻게 보면 그 욕심 자체도 나의 경험이 반영된 것일지도 모르지.

피아졸라의 음악을 너무나 좋아하는 나로서는(특히 그 중에서도 fuga y misterio 강추!!!!)



그가 밟았던 자취 또한 경외의 눈으로 바라본다. 민속 춤에 불과했던 탱고를 이렇게 세계적이고 독자적인 음악적 영역으로 구축해낸 데에는 그의 공헌이 절대적이다. 무곡 suite가 점차 연주곡의 성격을 띠게 된 것처럼, 아르헨티나의 탱고도 그 음악만으로 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한 것. 이 얼마나 위대한 작곡가의 능력인가.(이건 쇼팽도 마찬가지! 클래식에 어느정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마주르카를 모르는 이가 거의 없을정도이니.... 그들은 어찌보면 음악으로 상상을 뛰어넘는 애국을 한것이다.)

나에게도 그러한 욕심이 아주 조금이나마 있다. 우리 음악과 클래식 음악의 접점을 찾는 것. 단순히 이것 저것 섞어놓고 짠! 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음악을 드러내는 툴로서 서양음악을 택하는 것. 이것이 내가 지향하는 바에 더 가까운 듯 하다. 시류에 맞지 않고, 무언가에 영합하지도 못하는 방향이란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어차피 현재 상태에서 음악은 나에게 생업이 아니므로 굳이 그것에 신경쓸 필요는 없을 것이다.(이래서 다들 투잡을 뛰는건가??ㅋㅋ)


오늘은 두 명의 동아리 후배가 공연에 올릴 자작곡을 만들었다며 각각 조언을 구했다.
역시...ㅋㅋㅋ 그 두 명이 평소에 좋아하던 음악, 추구하는 음악의 방향성이 꽤 오롯이 담겨있었다. 어차피 나도 프로 음악인이 아닌이상 완성도를 논하는 것은 오만이라 생각한다. 다만 그런 것들을 읽어내는 것이 정말 재미있었다. 화성이나 악기를 사용하는데 있어서 확실하게 눈에 띄는 미숙함 정도를 조언해 줄 뿐, 나 역시 다만 관객의 입장으로 감상할 따름이었다. 역시 음악은 좋은 것이다. 곡을 만든 이와 대화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고, 그들의 사고를 고증할 수 있기에 우리는 창작 뿐만 아니라 카피도 끊임없이 하는 것이겠지. 살아있는, 그리고 꽤 낭만적인 역사서 아닐까? 몹시 미시적이면서도 경우에 따라 몹시 거대 담론이기도 한.

갑자기 클래식 음악이 확 땡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