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가 정말 깜짝놀랐다. 깜짝 깜짝 깜짝. 음악 관련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쏟아져나오는 터라 오히려 식상함을 느껴 한동안 챙겨보지 않고 있었는데, 어이고. 정말 엄청나네.
음 사이를 기민하게 왔다갔다 하는 것도, 리듬감도, 심지어 발음까지도 한국에서 살았다고 보기에 힘든 노래를 하고 있다. Joss Stone의 노래를 들으며 장년의 흑인 여성을 떠올렸다가 실물을 보고나서 받았던 충격만큼이나 놀랍다. 그동안 봤던 오디션 프로그램의 출연자들을 통틀어 가장 놀라운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단순히 목소리가 허스키해서가 아니라, 음과 박자를 요리하는 방법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범람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서 처음으로 '천재적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영어의 발성 자체에 대한 이해도가 아주 높다는 것이다. 아무리 발음이 그럴듯하고 좋아도 한국인이 팝을 부르면 무언가 겉도는 듯한 소리를 내는 경우가 많은데, 이건 발성의 위치자체가 한국어와 전혀 다른 영어의 특성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입천장과 혀, 치아 정도의 위치를 활용하면 거의 모든 소리를 낼 수 있는 한국어와 달리, 영어의 발성 위치는 훨씬 더 깊은 목 안쪽에 자리하고 있다. 당장 내 경우만 해도 한국어로 이야기할 때와 영어로 이야기를 할 때 목소리의 톤이 전혀 다르다. 영어로 이야기할 때 톤이 훨씬 무게있게 가라앉으며, 소리의 양감이 커진다. 한국어가 효과적인 발성으로 노래하기에 불리한 언어라는 말과도 맞닿아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소녀는 그러한 발성에 대해 아주 올바른 이해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연습의 결과로 터득한 것인지, 아니면 본능에 의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점이 가장 크게 눈에 띄었다. 이건 엄청난 무기다.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둔다면 자연스레 영어 가사로 된 곡을 부르게 될 것이고, 그 때 이러한 능력은 아주 큰 자산이 될 것이다.
one size fits all을 지향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특성상 이하이양이 얼만큼의 위치까지 올라갈 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미 자신의 목소리에서만큼은 특별한 위치를 확보하고 있는 듯하니 앞으로를 더욱 기대해봐도 좋겠다. 아 진짜 깜짝 놀랐어.. 한국 무대가 무척이나 좁아보이는 아마추어라니..
아. 개인적으로 박지민양의 경우는... 다른 의미에서 특별하다고 본다. 박지민양은 한국이라는 무대에서 아주 잘 먹혀들어갈 음악적 자질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누가 더 잘났냐의 문제라기보단, 어떤 무대에서 어떤 음악을 누가 더 잘하느냐의 문제랄까? 한국 가요를 폭넓게 범용할 수 있는 능력은 박지민 양이 더 많이 가지고 있는 것 같고, 특정한 영역에서 확고한 우위를 점하여 더 넓은 물에서 어필할 수 있는 능력은 이하이 양이 훨씬 더 크다고 본다. 내 경우에는 이하이 양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누가 더 잘하느냐를 따지기에는 색깔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시기상조인 듯하다.



덧글
2012/02/02 09:47 #
비공개 덧글입니다.이 글을 보았습니다.
저도 잘 표현하지 못한 제 느낌을 가장 잘 표현해 주는 글이라 생각합니다.
노래를 듣고 감동을 한것은 정말 오랫만인것같습니다.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더불어서 이하이양이 부른 'Mama do' 에 대해서도 글 써주시면 고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