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나는 가수다 0108 감상평.. 5. 음악 이야기

사실 그동안 꾸준히 챙겨봐왔다. 그렇지만 이렇게 오랜만에, 그리고 굳이 감상평을 남기는 이유는 출연해주기를 고대하던 신효범이 드디어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소라와 바비킴이 그동안 나로 하여금 이 프로그램을 보게 하는 인력이었다면, 이제는 신효범과 박완규가 그 자리에 있다.

기대를 갖고 경건하..게 TV앞에 앉았다. 다음은 경연 순서대로.

1. 거미

내 또래중에 아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 같은 노래였는데, 개인적으로는 친한 친구의 노래방 18번 곡이라 -_-;;;; 이미 많이 들어봤다. 목상태가 상당히 나빠보였다. 그녀답지 않은 거친 음색이 군데군데 들렸고, 또 실수도 나왔다. 그런데 그것이 오히려 좋았다. 이 노래를 세련미 넘치게 불렀다면 오히려 위화감이 들었을 것 같다. 삶의 무게를 이야기하기에 더없이 적합한 목소리였다고 생각한다. 내 생각엔 경연 직전에 당초 예정되어있던 조성보다 몇 키 낮춘게 아닌가 싶다. 원래 훨씬 더 높은 음들을 소화해낼 수 있는 가수이고, 이 곡은 그렇게 폭발하듯 절규할 때 임팩트가 배가되는 성격의 것이라 생각하는데 경연에서는 생각보다 안정적인 키를 가져가는 듯한 인상이었다. 경연 당일 좋지 않았던 그녀의 목 상태 때문일 것으로 예상한다. 개인적으로는 3~4위 정도로 봤다. 앞 순번이라 잊혔나.

2. 테이

오페라스타를 보면서 인상이 많이 바뀌었던 가수다. 그 전엔 없잖아 무시했던 가수인데, 상당히 저력이 있다는 인상을 주었다. 김현철은 서투르고 풋풋한 듯한 느낌이 참 좋았다고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편곡이 너무 무기력했던 것 같다. 더 장중한 편곡이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범애적인 차원의 가사와 달리 곡의 폭발력은 너무 소극적이었달까. 예상과 비슷한 순위가 나왔다. 출연하자마자 탈락 위기에 처한 테이가 다음에 어떤 무대를 보여줄 지 궁금하다.

3. 박완규

사실 원곡에서 꽤 많은 변화를 주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곡의 흐름이 다소 단선적이어서 관객에게 큰 인상을 주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다. 언제나처럼 안정적인 음정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발하는 성량. 사운드 밸런스가 잘 안맞았다. 다이나믹스의 흐름이 없이 계속 시끌시끌한 편곡 때문에 보컬도 좀 분주해보였다. 본인 역시 낮은 순위를 예상하고 감행한 무대인 듯 했다. 확실히 첫 무대 '사랑했어요' 에서 보여줬던 깊은 슬픔만큼 인상적이진 않았다.

4. 윤민수

명예졸업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는 무대였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모험을 감행하는 용기를 보여주었는데, 보기 좋았다. 무대의 완성도를 떠나서, 노력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런데 무대의 완성도를 이야기하자면 조금 아쉽다. 신선한 무대이기는 했지만 윤민수 본인이 너무 흥분한 나머지 자꾸만 성급한 박자로 곡의 안정감을 해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반복되는 랩 부분에서 그런 아쉬움이 두드러졌다. 그렇지만 여전히 좋은 무대였다. 다음 경연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명예졸업 할 것 같아서 안타깝다(?). 김범수, 박정현, 자우림이 가져간 명예졸업과 비교할 때 그 무게감이 너무나 떨어지는 것 같아서..

5. 신효범은 뒤에서 따로.

6. 김경호

박완규와 전혀 다른 성향의 락을 하는 가수다. 개인적으로는 김경호의 보컬에 아무런 울림을 느끼지 못한다. 흥겹게 달리는 무대가 갖는 현장성의 파괴력을 잘 알고있기에 그가 받아가는 높은 순위들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아니다. 나 역시 공연 보러 다니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하고, 프론트 라인에서 헤드뱅잉하는거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그러나 듣는 사람에게 감정의 훅을 먹이는 박완규의 목소리와 비교할 때 김경호의 목소리에는 깊이가 많이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즐거웠지만, 두 번 듣고싶지는 않은 노래. 서지원과 백지영의 노래를 정말 말그대로 죽쒀놓는 모습을 보고(특히 백지영 곡을 리메이크 할 때에는 편곡마저 완벽했음에도) 더욱 그런 생각을 했다. 성대에 생긴 문제로 과거와 달리 더이상 찌르는듯한 고음을 낼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런 높은 음역대에서 최대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음폭이 큰 바이브레이션 창법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위화감이 든다. 안혜란 PD의 코멘트가 내 생각과 정확히 일치했다. 나는 가수다 속에서의 김경호보다는, 가수로서의 김경호를 보여주길. 개인적으로는 가장 별로인 무대였다.

7. 적우

그녀가 처음 등장해서 불렀던 윤시내의 '열애'를 매우 인상적으로 들었지만, 이번 라운드에서만큼은 그 시작도 전에 적우의 탈락이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첫 경연 이후로 보여줬던 무대들이 너무나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턱없이 좁은 음역과 계속해서 흔들리는 음정, 그리고 이건 뭔가 싶은 엉뚱한 편곡. 게다가 직전 라운드에서는 바비킴이 그녀보다 낮은 등위로 탈락을 했기 때문에 더욱 짜증이 났다. 하지만 오늘무대는 그동안에 비해 훨씬 괜찮았다. 마지막 순서라 그런지 등수가 생각보다 후하게 나오긴 했지만 중위권 이상을 기록할만한 퍼포먼스였다고 본다. 음역이 좁아서 생기는, 고음부에서의 쥐어짜는 듯한 소리가 의외로 호소력있게 다가왔다. 다만 그녀의 인터뷰가 조금 불편했다. 자신이 받는 낮은 순위의 원인을 자꾸만 관객의 편견으로 돌리는 듯했다. 그녀의 출연이 결정되었을 때 이를 반기며 기대했던 나지만, 인지도를 떠나서 그녀가 그동안 보여준 무대는 내가 나는 가수다에서 기대하는 무대의 수준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것이었다. 혹시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신감은 꼭 필요한 덕목이지만 여기엔 자신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병행되어야 한다.

5. 신효범

너무너무너무너무 오래 기다렸던 가수. 나는 가수다의 초창기에 출연해도 전혀 밀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소식이 없길래, 그냥 싫어하나보다 싶어서 아쉬웠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더 큰 스타덤에 오를 수 있는 사람인데 왜 계속 숨어드는지 참 안타까웠던 사람이다. 인터뷰를 보니 그녀 역시 자신을 향한 사람들의 아쉬움을 잘 인식하고 있는 듯 했고, 큰 결심을 한 듯 했다.

당연히 1위할 것이라 생각했다. 2위인 적우와 근소한 차이로 1위를 했다는 게 오히려 좀 놀라웠다. 첫 무대임을 감안할 때 정말 노련하고 훌륭한 무대였다. 말그대로 자신의 존재감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대부분이 생소해하는 이 곡을 '가지고 놀듯' 요리해서 사람들에게 내어놓고 1위를 거머쥔 것이기에 더욱 대단하다. 제목은 몰랐지만, 듣다보니 익숙한 곡이었다. 89년 곡이던데, 내가 태어난 해에 나온 곡을 나는 대체 어디서 들어본걸까? -_-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그녀의 시원시원한 고음이나 테크닉이 조금도 무너지지 않고 오히려 더 무르익었다는 점이었다. 

고음을 많이쓰는 가수들은 보통 전성기가 다른 가수에 비해 짧은 편이다. 무리하게 고음과 성량을 끌어내다 보니 그 능력이 소진되어 버리거나 심지어는 성대에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현재 출연하고 있는 김경호, 박완규가 그렇고, 박화요비나 백지영 등이 그렇다. 다행히 이들 넷은 자신의 목소리 변화에 어울리는 옷으로 다시 잘 갈아입으며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안타까움도 있다.(박완규나 백지영의 경우 개인적으로는 지금의 목소리를 훨씬 더 좋아하지만.)  팝 디바 3인 중에서 아직까지 파워와 울림을 그대로 전달하고 있는 사람은 셀린 디온이 유일한 것처럼.

성대에 문제가 생긴 것 까지는 아니지만 박정현도 전성기 시절만큼의 하이 노트는 더이상 들려주지 못한다. 목을 혹사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나는 박정현을 매우매우 좋아하지만, 그녀 역시 sustainable한 발성을 하지는 않는다는 느낌이다. 어차피 좋으면 땡일 수도 있지만 그 가수를 좋아하는 입장에서는 더 오래 듣고 싶은 마음에 안타까운.

그런데 어제 신효범의 무대는 정말 경악 그 자체였다. 이사람은 숨을 쉬고 있기는 한 건가 싶을만큼 호흡이 완벽했고, 그 속에서 어마어마한 성량이 뿜어져나왔다. 힘을 들이는 것 같지도 않게 고음이 쏟아져 나오는데, 듣고 있는 사람이 멍해질 정도였다. 긴장을 해서인지 평소만큼의 칼같은 음정은 아니었지만, 첫번째 무대임을 감안하면 정말 엄청났다. 간만에 1위다운 1위가 나온 느낌이었다. 전문 평가단의 평대로 정말 '대형가수'라는 느낌이 들었다. 듣고 있는데 휘트니 휴스턴이 아니라 아레사 프랭클린이 생각날 정도였다.

내 블로그를 둘러본 적이 있는 분들이라면 이미 아시겠지만 나는 고음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묘기 대행진 같은 고음보다는 가사 한 마디 한 마디로 폐부를 찌르는 감정의 이입을 더 사랑한다. 그렇기에 이소라를 좋아하고, 그렇기에 바비킴을 좋아한다. 비록 그들이 진실된 노래를 부를 때마다 청중 평가단은 그들에게 똥같은 순위를 계속해서 던져댔지만(바비킴의 '회상', 이소라의 '슬픔속에 그댈 지워야만 해'에 그따위 순위는 참 충격적이었다), 난 그들이야말로 그 무대를 명예롭게 떠났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신효범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가창력으로 승부를 본다면 이쯤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감정의 이입 등과 같은 요소를 제외하고 순수한 가창력의 관점으로만 바라보았을 때, 개인적으로는 발성, 성량, 음역, 호흡 등과 같은 기량에서 적어도 한국 여가수 중 신효범에 근접한 사람조차 없다고 생각한다. 이선희, 인순이 정도의 선택지가 그나마 떠오르지만, 모든 기량이 골고루 풀게이지라는 인상은 아니다.

명예졸업을 할 수 있을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앞서 언급했듯 나는 청중 평가단이 주는 똥같은 순위에 별로 관심이 없다. 조규찬이나 김연우처럼 너무 일찍 떨어져버리지만 않는다면, 얼마나 오래 남는가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무대를 만들고 떠나느냐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저 좋은 무대를 열심히 만들어주면 좋겠다. 열린 음악회..-_-가 아니면 얼굴 구경조차 힘들던 그녀의 무시무시한 가치를 마음껏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이 식어버린 지금 시점에 등장한 것이 좀 아쉽기도 하다. 신효범과 박완규 이 두 사람은 개인적으로는... 지금 나머지 출연자와 함께 있기에는 조금 아깝다(여긴 내 블로그니까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을 마음껏 쓰도록 하겠다). 그렇지만 그들을 보기 위해 나처럼 목빼고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도 있으니, 좋은 노래 많이 들려주다 웃으며 떠났으면 좋겠다.

덧글

  • 오엠지 2012/01/09 11:48 #

    안혜란 PD의 코멘트가 내 생각과 정확히 일치했슴2

    나는 가수다 속에서의 김경호보다는, 가수로서의 김경호를 보여주길. 개인적으로는 가장 별로인 무대...2.

    전적으로 동감가던군요. 그냥 자아정체성을 읽어가는 느낌...
  • 수달 2012/01/09 14:37 #

    자신의 지나온 음악적 성과와 깊이를 보여주려고 노력한다기보다는, 지극히 현재의 시점으로 나는 가수다에서 살아남기 위한 무대를 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서 아쉽습니다.
  • 통행인B 2012/01/09 12:08 #

    정말 박완규와 신효범이 아깝습니다. 이 두 사람 외에는 다음 무대가 기대되지 않는 것도 안타깝구요.
    그리고 탈락 할 지 언정 자신의 노래를 해줬으면 합니다.
  • 수달 2012/01/09 14:38 #

    순위와 상관없이 이 두 사람의 내공과 나머지 5인의 내공의 차이가... 너무 확연하게 느껴지더라구요. 앞으로 멋진 모습 보고 싶어요.
  • 이졸데 2012/01/09 21:13 #

    잘 읽었습니다. 신효범 저도 참 반가웠어요. 청소년기에 좋아하던 가수였거든요 ^^ 저도 신효범같이 고음을 많이 쓰는 가수들의 수명이 짧은 편이란 것을 알기에 혹시 예전같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지나 않을까 근심했는데 더 멋지더라구요. 곡을 굉장히 섬세하고 드라마틱하게 해석해서 그것도 참 좋았습니다. 사실, 음색은 제가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음색은 이소라처럼 어디에서도 절대 못들어볼 거같이 개성이 강한 사람이 좋아서요) 기본적인 역량이 매우 뛰어난 가수인 것 같아요.

    적우의 음역대가 그렇게 좁은가요? 나가수에서의 모습만 보면 확실히 좁은 거 같긴 한데, 저음은 잘 내려가는 것 같아서 고음역대는 좁지만 저음역대는 꽤 넓지 않나 싶어서요. 딴지가 아니라 순수한 질문입니다.
  • 수달 2012/01/09 23:31 #

    ^^;; 딴지여도 무방합니다. 저음역대가 넓다기보단 해당 음역대에서 잘 울리는 소리를 내서 더욱 낮게 느껴지는 것에 가깝다고 봅니다. 실제 음가가 그리 낮은 편은 아닙니다. 개인적으로는 적우의 저음을 참 좋아해요.
  • 이졸데 2012/01/10 10:41 #

    으흠~ 그렇군요. 저도 적우의 저음 참 좋아해요. 앞으로도 나가수에선 남자음역대로 부르는 좋은 노래를 잘 선택해서 멋진 저음을 마니 들려주면 좋겠어요.

    우리나라엔 저음을 무기로 하는 여자가수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전 저음을 좋아하는데, 그래서 파트리샤 카스가 가장 좋아하는 여자가수이지요.
  • 수달 2012/01/12 09:13 #

    네. 제가 보기에도 적우는 남성의 노래가 훨씬 더 잘어울리는 것 같아요. 정제되지 않았지만 거친 매력이 있는 목소리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궁금해요.
  • 리브 2012/01/21 20:06 # 삭제

    저도 신효범님팬으로 검색하다 님의 글을 읽었는데 글을 너무나 잘쓰세요 감동받았어요 어떻게하면 님처럼 수준높은 글을 쓸수있는지 노하우좀알려주세요ㅎ

  • 수달 2012/01/26 11:16 #

    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